


- 독자의 리뷰가 아닌 (예비) 편집자로서 책의 물성에 대한 관찰과 생각 중심의 리뷰* + 베스트셀러 / 스테디셀러에 초점을 두고 작성한 리뷰!
다자이 오사무 작가의 인간 실격은 순수함을 갈구하던 젊은이들이 인간의 위선과 잔인함에 의해 파멸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 책은 저자의 생애부터 관심을 갖고 볼 필요가 있다.다자이 오사무(19091948)는 5차례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다. 고교 3학년 때 자살을 시도했다. 그 후 1년 후 다방 종업원과 함께 가마쿠라의 바다에 몸을 던졌는데, 이 사건과 네 번째 자살은 이 책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1948년, 폐결핵이 심해진 다자이 오사무는 타마가와 수원지에 투신해 죽음의 충동을 실현해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베스트셀러/롱셀러에 올라 있는 이 책의 위치(순위)를 살펴봤다. 교보문고 스테디셀러(오랜 세월 사랑받는 책)로 <국외소설>과 <소설> 부문에 판매량 순으로 첫 번째로 올라있다. – 교보문고 국내 도서주간 129위, 소설주간 16위, 종합베스트주간 9위 / 월간 10위 / 연간 7위 – 알라딘 고전주간 1위, 종합서적상 31위이다. 출판한 지 18년이 지난 책임에도 불구하고!세계문학전집 중 하나에 속하는 이 책은 왜 베스트셀러/롱셀러에 속할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세계문학전집은 통일적으로 기획된 시리즈인 만큼 단독으로 책을 둘러싼 요소(표지 디자인, 띠 등)보다는 리뷰를 통한 입소문과 작가, 작품성 때문이 아닐까 예상해 본다.+ 뉴욕타임스의 말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다자이보다 뛰어난 작가는 드물다.” 이 또한 작품성을 증명하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아닌가?!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서 독자들의 반응도 살펴봤다.호에 해당하는 독자들은 인간, 관계, 삶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고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많았고 불호에 해당하는 독자들은 대체로 작가의 자기합리화에 불쾌감을 표현하거나 우울한 분위기와 난해함을 끝내 읽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책 제목과 작가의 생애, 책 소개를 읽을 때부터 보였던 키워드를 감안하면 이런 독자들의 평과 소설 분위기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인간 실격, 위선, 잔인함, 파멸, 자살 기도……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해, 천천히 읽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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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난 뒤 요조라는 남자의 우울하고 불안한 삶에 대한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요조의 목소리로 전개되는 소설이라 인물에 이입하기에 안성맞춤이었지만 그만큼 지루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어린 시절부터의 나날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야기꾼과 오랜 시간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요대는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견디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일부러 하지만 행동과 그 행동을 하는 내심이 답답했다. 첫 번째 수기에서 부끄러운 생애를 보냈습니다라는 첫 문장도 마찬가지였다. 고백적이고 회의적인 글들을 다 읽고 나니 이 글의 발음이 또렷하게 들려올 것 같았다. 세 번째 수기에서 스스로 인간 실격에 대해 말하기까지 한 생애의 쓰라림.
순서는 <서문/첫 번째 수기/두 번째 수기/세 번째 수기/후기>로 구성되어 있다.서문과 후기에는 나라는 인물이 등장하지만 나의 목소리는 소설 속 작가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기를 보면 내가 한 마담에게 당신은 여조를 알고 있었습니까?라고 묻고, 노트 3권과 사진 3장을 건네며 소설의 재료가 될지 모르겠군요라고 묻기 때문이다. 작가는 노트와 사진, 마담의 말에 따라 여조라는 사람을 짐작하면서도 어딘가 동질감을 느낀 것은 아닐까.
1948년에 발표된 작품인 만큼 지금 보면 불쾌하고 신중한 얘기들이 버젓이 나온다. 여성을 대하는 태도라든가…(시대적 상황을 고려해야 할 부분이지만) 불호의 반응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자주 읽히는 이유는 전반적으로 주인공의 생애와 우울하고 힘든-내밀한 감정을 통해 인간의 삶, 타인과 나의 삶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1948년은 다자이 오사무 작가가 다섯 번째 자살 기도로 생을 마감하는 해다. 즉 인간 실격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솔직하게 자신의 생애와 감정을 돌이켜보고 소설이라는 픽션에 입각한 장르를 통해 마지막 기록을 한 것 같았다. 요조라는 인물에 자기 자신을 투영시킨 것은 아닐까.
또한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임에도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이유 –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에 해당하는 이유 -는 요조가 특히 부정적이고 어두운 성격을 띠고 있고, 술과 마약, 자살시도까지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인물이라 지나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인 것 같다.
어두운 내면을 숨기고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것.
자신의 어둠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다. 대부분 억지로 묻어두거나 바쁜 일상에 잊어버리거나 마주할 자신이 없어 회피하는 방법을 택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조와 마주보고, 여조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내 안의 나와 마주할 수 있다.이 책을 싫어하고 불쾌하게 느낀 독자들에게 그렇게 느낀 이유(여성에 대한 태도, 이해하기 힘든 인간 혐오와 불신 등)가 여러 가지인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자이 오사무도 이 소설을 쓰면서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과정을 수없이 거치지 않았을까.어둡고 힘든 면은 아니더라도 인간 실격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마주보고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